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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실무

임대인이 원하는 가격, 임차인이 원하는 가격 - 그 사이에서 제가 하는 일

by realtor_jay 2026.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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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업무는 쉽지가 않죠. 공인중개사 일은 부동산 관련 일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인간관계와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마음에 드는 사무실을 찾았는데, 임대료가 딱 한 끗 차이로 안 맞는 상황. 임대인한테 조금만 더 깎아달라고 해봤는데, 중개인이 그냥 "임대인이 안 된다고 합니다"라는 말만 돌아오는 경우요.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중개인이 자꾸 그쪽 편을 드는 것 같아 불편했던 적 있으신가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 보이는 이미지

저는 그 중간에 있는 사람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제 일입니다. 말은 쉽습니다. 실제로는 어느 한쪽에서 반드시 불만이 나옵니다. 어떤 건은 처음부터 부드럽게 흘러가고, 어떤 건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립니다.그리고 삐그덕대는 건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끝까지 삐그덕 대다가 결국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공인중개사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저도 그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왜 임차인 편에서 일하는 겁니까?"

첫 번째 건은 사무실 임차였습니다. 임차인은 규모를 줄여 이전을 준비 중이었고, 가성비 있는 사무실을 찾고 있었습니다. 매물은 신축이 아니었어요. 연식이 제법 된 건물이었습니다. 그러니 임차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에 맞는 임대 조건을 원했죠

문제는 임대인이었습니다.

건물 연식이 오래됐어도, 임대인에게는 기존 임차인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른 세입자들한테는 이 조건으로 받고 있는데, 새 임차인한테만 깎아주면 말이 나온다는 거죠. 이해는 됩니다. 이해는 되는데, 현실적으로 양쪽 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발목을 잡은 건 VAT였습니다.

월세에 VAT가 포함이냐, 별도냐. 금액으로 따지면 7만 원에서 8만 원 정도 차이였습니다. 딱 그만큼의 간극이었어요. 저는 최대한 임차인의 요구를 임대인에게 전달하면서 접점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임대인이 저한테 따져 물었습니다.

"당신은 공인중개사인데, 왜 임차인 편에서 일하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편을 든 게 아니었거든요. 임차인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뿐이었는데. 그게 임대인 눈에는 임차인 편으로 보인 거죠. 결국 그 건은 계약이 되지 않았습니다.

 

계약서 쓰는 날, 마지막에 판이 뒤집혔습니다.

두 번째 건은 더 황당했습니다.

이번엔 과정이 달랐어요. 임차인의 요구사항을 임대인에게 하나씩 설득했고, 임대인도 결국 수락했습니다. 계약서를 쓰러 자리를 잡았습니다. 임대인도 임차인이 마음에 든다고 했고, 임차인도 가성비 있는 물건이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이건 됐다 싶었죠.

그런데 마지막이었습니다.

임대료 매년 상승분. 계약 당일까지 이 부분을 완전히 합의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은 게 문제였습니다. 양쪽 다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계약서는 서명 없이 접혔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그 임대인과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마 두 번 다시 연락이 오지 않겠죠.

임차인은 제가 다른 매물을 찾아드렸고, 결국 다른 곳에서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공인중개사는 누구 편인가요?

이 질문, 사실 저도 처음엔 명확하게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임대인은 자기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차인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저는 중간에 있습니다. 어느 쪽 편도 아닌 척하면서,실제로는 양쪽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일을 합니다.

편을 드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의 논리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겁니다.

임대인이 "왜 임차인 편이냐"라고 물었을 때, 저는 임차인 편이 아니었습니다. 임차인의 상황을 임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한 것뿐이었어요. 반대로 임차인에게 갈 때는 임대인의 입장을 설명했고요.

그런데 현실은 이렇습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는 처음부터 부드럽게 흘러가는 건이 있고, 처음부터 삐그덕거리는 건이 있습니다. 경험상, 삐끄덕대기 시작한 건은 속만 태우다가 결국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인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어요.

7만 원 차이로 깨진 계약, 계약서 쓰는 날 뒤집힌 건. 그때는 제가 더 잘했어야 했나 계속 복기했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양쪽 모두 조금씩만 더 유연했다면 됐을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연함을 만드는 게 제 일이고요.

아직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다만, 계약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조건들은 절대 자리에 앉기 전에 끝냅니다. 그것만은 그때 확실히 배웠습니다.

 

공인중개사 업무는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

예비 임차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원하는 매물을 찾기 위한 투어를 진행하면서 임차인과의 인간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임대인과의 인간관계는 해당 매물에 대한 임장을 시작하면서 형성이 되죠. 어떻게 보면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부동산 관련 하드웨어만을 취급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임대인과 임차인과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특징들을 공인중개사가 잘 알아채고 서로 원하는 만큼 가까이 가도록 하여 공통점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죠! 그렇다고 정말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통하여 또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됩니다.